All that Zagni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운명에 놓여 있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스미레와 내가 가지고 있던 미묘한 우정 같은 관계는 아무리 현명하고 온건하게 고려한다고 해도 언제까지나 계속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때, 우리가 가지고 있던것은 기껏해야 길게 늘린 막다른 골목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스미레를 누구보다 사랑했고, 원했다. 어디에도 갈 수 없다고 해서 그 마음을 간단히 내 팽개칠 수는 없었다. 그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응, 어디에도 없으니까.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 당신과 함께 만들던 추억- 당신과 내가 아니었다면 어디에도 없으니까
예술은, 아름다움과 기술이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라죠. 기술이 없으면 예술이 되기 힘들지만 마음이 담겨 있는 아름다움이 없으면, 그것은 그저 기술에 불과한 무엇이 되고 말겠죠. 그러니까,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에게 흔히 말하곤 하는... 기술은 있지만 Soul이 없다, 라는 말도 이 비슷한 말이 아니었을까요.
덧글. 조회수(또는 방문객의 수). 신경안쓰고 살수 있다면 좋겠지만, 누군가가 내 얘기를 했다면, 어쩔 수 없이 신경 쓰이는 것 처럼 도통 ㅡ_ㅡ 하지 않은 이상, 가능한 일일까. 뭐, 진짜로 신경쓰지 말아야지!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사람은 결국, 자신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동물, 이라고 굳이 강변하지는 않더라도. 누가 내 얘기를 들어줬으면- 하고는 바라는 법이니까.
내 가슴은 편지봉투 같아서 그대가 훅 불면 하얀 속이 다 보이지 방을 얻고 도배를 하고 주인에게 주소를 적어 와서 그 주소로 편지를 보내는 거야 소꿉장난 같은 살림살이를 들이는 사이 우체부 아저씨가 우리를 부르면 봉숭아 씨처럼 달려나가는 거야 우리가, 같은 주소를 갖고 있구나 전자렌지 속 빵 봉지처럼 따뜻하게 부풀어 오르는 우리의 사랑 내 가슴은 포도밭 종이 봉지야 그대 슬픔마저 알알이 여물 수 있지 그대 눈물의 향을 마시며 나는 바래어 가도 좋아 우표를 붙이지 않아도 그대 그늘에 다가갈 수 있는 내 사랑은 포도밭 종이 봉지야 그대 온몸에, 내 기쁨을 주렁주렁 매달고 가을로 갈 거야 긴 장마를 건너 햇살 눈부신 가을이 될 거야 영화 "파이란"을 보다 이상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여주인공이 ..
살다보면 그렇다지 병마저 사랑해야 하는 때가 온다지 치료하기 어려운 슬픔을 가진 한 얼굴과 우연히 마주칠 때 긴 목의 걸인 여자 ― 나는 자유예요 당신이 얻고자 하는 많은 것들과 아랑곳없는 완전한 폐허예요 가만히 나를 응시하는 눈 나는 텅 빈 집이 된 듯했네 살다보면 그렇다네 내 혼이 다른 육체에 머물고 있는 느낌 그마저 사랑해야 하는 때가 온다네 외로움은 만성질환 불치병-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생을- 친구라고 생각하며, 함께 가야하겠지.
컬티즌에서 다소 도발적인 주장의 글을 내놨다. 고급 독서 캠페인 유감, 독서에 대한 몇가지 신화들 이란 제목의 글은, 좋은 책 -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양서를 읽자고 캠페인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라고 되묻는 글. 현실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처세술, 자기 관리술 들을 더 목마르게 찾고 있는데 책벌레들에게만 유익할 책들을 권해서 무엇하냐-라는 주장. 그러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책- 잡지나 만화 등을 즐겁게 읽으면서 지내면 된다는. 그런 고급 책들을 못읽었다고 스스로를 낮출 필요없다는, 그래도 인생에는 아무런 상관없다는.
다음은 이코노미스트 뉴스레터에서 갈무리한 글이다. 자신만의 토지를 가지고 있으며, 세금까지 내는 나무인 황목근에 대한 이야기. 마을 공동 재산을 마련하기 위해, 500년된 나무에 이름을 붙여주고, 땅을 등기 이전해 준 그 마을 사람들. 그 마음 씀씀이에, 살풋 웃음이 났다. 겨울날 까치를 위해 감나무의 감 몇 개를 남겨두는, 옛 조선의 마음이 이런 것들이었을까. 누가 어떻게 이런 멋진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을까. 토지를 갖고 세금을 내는 나무 황목근이 지금 한창 새 단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황목근은 마을의 너른 논 한 가운데 홀로 서 있는데, 이 나무가 주변 단장 공사에 한창입니다. 황목근 바로 앞에 있는 후계목도 멀찌감치 옮겨 심고, 나무 바로 옆에 있던 정자도 멀리 떨어진 쪽으로 옮긴다는 것이지요...
바람이 부는 언덕에서 너를 만나고 싶어 햇빛이 드는 창가에 앉아 얘기도 나누고 싶어 하지만 너는 떠나갔네 인사도 없이 그렇게 너는 떠나갔네 인사도 없이 그 맑은 웃음을 내게 보여줘 그 맑은 웃음을 내게 보여줘 그 맑은 웃음을 내게 보여줘 바람이 부는 언덕에서 너를 만나고 싶어 오늘도 나는 여기 서있어 바람 부는 언덕에 황보령을 처음 본 것은, 아주 오래전, 이상은 콘서트에서. 귀가 세개 달린 곤냥이는, 황보령의 1집 타이틀이자, 그때 이상은 콘서트의 배경 무대에 걸린 그림이었다. 정말, 너는 힘든 삶을 살게될 거야, 그렇지만, 끝까지 춤을 추는 거야- 라고 말을 건네주고 싶은 사람
살구나무 사라진 자리를 보면, 햇빛은 살구나무 쥐어주던 누군가의 손길처럼 내려앉고 가슴 속엔 아직도 살구꽃 핀다 베어버린 살구나무와 벨 수 없었던 살구나무의 새콤한 정령 정령이 살아남은 것은 그것의 움직임을 추억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난 꿈꾼다 욕정이 끝난 자리에도 사랑이 살구꽃처럼 피어나기를 욕정에 배부르기 보다는 살구를 쥐어주는 손길의 따스한 여운에 배부르기를 지워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슬픔은 세월이 흐를수록 잘 익은 살구처럼 더욱 무거워지고 그대 추억하는 사람이 사라지면 살구나무 자리 정령 그 분주한 움직임도 마침내 멈추리라. 너무 많은 사람을 사랑해서 추억해야할 것들이 많아서 그리고, 지금 만들고 있는 추억들도 많아서 죽을때까지, 아파해야해도 기.뻐. 사랑할 수 있어서.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이문재 아저씨와는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로 처음 만남의 자리를 가졌었다. 명색이 글을 쓴다는 놈이 그의 이름을 모른다고 소개시켜준 선배는 탓을 했었다. 오늘 그의 이름이 새겨진 시를 본다. 아, 이런 글을 썼었구나. 이런 사람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