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읽고보다/메모하다 (288)
All that Zagni
컬티즌에서 다소 도발적인 주장의 글을 내놨다. 고급 독서 캠페인 유감, 독서에 대한 몇가지 신화들 이란 제목의 글은, 좋은 책 -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양서를 읽자고 캠페인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라고 되묻는 글. 현실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처세술, 자기 관리술 들을 더 목마르게 찾고 있는데 책벌레들에게만 유익할 책들을 권해서 무엇하냐-라는 주장. 그러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책- 잡지나 만화 등을 즐겁게 읽으면서 지내면 된다는. 그런 고급 책들을 못읽었다고 스스로를 낮출 필요없다는, 그래도 인생에는 아무런 상관없다는.
다음은 이코노미스트 뉴스레터에서 갈무리한 글이다. 자신만의 토지를 가지고 있으며, 세금까지 내는 나무인 황목근에 대한 이야기. 마을 공동 재산을 마련하기 위해, 500년된 나무에 이름을 붙여주고, 땅을 등기 이전해 준 그 마을 사람들. 그 마음 씀씀이에, 살풋 웃음이 났다. 겨울날 까치를 위해 감나무의 감 몇 개를 남겨두는, 옛 조선의 마음이 이런 것들이었을까. 누가 어떻게 이런 멋진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을까. 토지를 갖고 세금을 내는 나무 황목근이 지금 한창 새 단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황목근은 마을의 너른 논 한 가운데 홀로 서 있는데, 이 나무가 주변 단장 공사에 한창입니다. 황목근 바로 앞에 있는 후계목도 멀찌감치 옮겨 심고, 나무 바로 옆에 있던 정자도 멀리 떨어진 쪽으로 옮긴다는 것이지요...
바람이 부는 언덕에서 너를 만나고 싶어 햇빛이 드는 창가에 앉아 얘기도 나누고 싶어 하지만 너는 떠나갔네 인사도 없이 그렇게 너는 떠나갔네 인사도 없이 그 맑은 웃음을 내게 보여줘 그 맑은 웃음을 내게 보여줘 그 맑은 웃음을 내게 보여줘 바람이 부는 언덕에서 너를 만나고 싶어 오늘도 나는 여기 서있어 바람 부는 언덕에 황보령을 처음 본 것은, 아주 오래전, 이상은 콘서트에서. 귀가 세개 달린 곤냥이는, 황보령의 1집 타이틀이자, 그때 이상은 콘서트의 배경 무대에 걸린 그림이었다. 정말, 너는 힘든 삶을 살게될 거야, 그렇지만, 끝까지 춤을 추는 거야- 라고 말을 건네주고 싶은 사람
살구나무 사라진 자리를 보면, 햇빛은 살구나무 쥐어주던 누군가의 손길처럼 내려앉고 가슴 속엔 아직도 살구꽃 핀다 베어버린 살구나무와 벨 수 없었던 살구나무의 새콤한 정령 정령이 살아남은 것은 그것의 움직임을 추억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난 꿈꾼다 욕정이 끝난 자리에도 사랑이 살구꽃처럼 피어나기를 욕정에 배부르기 보다는 살구를 쥐어주는 손길의 따스한 여운에 배부르기를 지워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슬픔은 세월이 흐를수록 잘 익은 살구처럼 더욱 무거워지고 그대 추억하는 사람이 사라지면 살구나무 자리 정령 그 분주한 움직임도 마침내 멈추리라. 너무 많은 사람을 사랑해서 추억해야할 것들이 많아서 그리고, 지금 만들고 있는 추억들도 많아서 죽을때까지, 아파해야해도 기.뻐. 사랑할 수 있어서.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이문재 아저씨와는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로 처음 만남의 자리를 가졌었다. 명색이 글을 쓴다는 놈이 그의 이름을 모른다고 소개시켜준 선배는 탓을 했었다. 오늘 그의 이름이 새겨진 시를 본다. 아, 이런 글을 썼었구나. 이런 사람이었구나.
바람부는 날은 너에게로 가고 싶다 잔잔히 반짝이는 물결의 비늘을 헤치며 우울한 너의 영혼 부서지도록 껴안으러 수면 위에 내려앉은 흐린 물안개에 젖어도 좋으니 피리소리처럼 흘러서 흘러서 너의 집 문 밖 늦가을빛 단풍나뭇잎이 지면 거기 함께 흙이 되더라도 너에게 밟히는 그런 흙이 되더라도. 우울한 당신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에도 아픔이 자꾸만 고여 괜찮아 괜찮아 라고 말해주고 싶어도 하나 바뀌지 않을 현실을 아니까 차마 아무런 말도 못하고 미안한 눈으로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
그 투명한 내 나이 스무살에는 선잠결에 스쳐가는 실낱같은 그리움도 어느새 등널쿨처럼 내 몸을 휘감아서 몸살이 되더라 몸살이 되더라 떠나 보낸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세상은 왜 그리 텅 비어 있었을까 날마다 하늘 가득 황사바람 목메이는 울음소리로 불어나고 나는 휴지처럼 부질없이 거리를 떠돌았어 사무치는 외로움도 칼날이었어 밤이면 일기장에 푸른 잉크로 살아온 날의 숫자만큼 사랑 이라는 단어를 채워넣고 눈시울이 젖은 채로 죽고 싶더라 눈시울이 젖은 채로 죽고 싶더라 그 투명한 내 나이 스무 살에는 살아온 날의 숫자만큼 사랑, 이라는 단어를 채워넣을 수가 있을까 그럴 수가 있을까
가갸로 말을 하고 글을 쓰세요 혀끝에서 물결이 솟고 붓 아래에 꽃이 피어요. 그 속엔 우리의 향기로운 목숨이 살아 움직입니다. 그 속엔 낯익은 사랑의 실마리가 풀리면서 감겨 있어요. 굳세게 생각하고 아름답게 노래하여요...... 1926년에 한용운이 읊은 시 '가갸날'의 한 귀절. 예전에는 한글날을 가갸날이라고 했다고 한다. 나는, 참 좋은 말을 가지고 말을 한다. 하지만 좋은 말로 좋은 말을 하고 있을까. 굳세게 생각하고 아름답게 노래를.
나는 어디를 응시해야 할지를 모르겠구나. 마음은 이렇게 사무친데 어디를 바라봐야 할지를 모르겠어. 이렇게 앉아보고 저렇게 앉아보다 바닥에 엎드려본다. 이렇게 엎드려본 지가 오래된 것 같은데, 줄곧 오래 전부터 이렇게 엎드려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렇게 엎드려서 줄곧 무엇을 기다렸던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구나. 어렸을 땐 내가 이렇게 엎드려 있으면 네가 곁에 와 같이 엎드렸지. 그때 우리 엎드려서 무얼 기다렸니? 네가 내 곁에 엎드려 있다면 네게 묻고 싶어. 나는 어떤 사람이었느냐고. 여자가 남자에게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묻는 이런 질문은 소용없단다. 시간이 지나면 형편없이 낯설어져 있거든. 나를 바라봤던 사람은 다른 곳을 보고, 나 또한 내가 바라봤던 사람을 버리고 다른..
실은 이 세상에는 장래성 따위 있지도 않은데, 생의 시간에 매달리는 나의 근성은 날마다 내일 들어갈 감옥을 만들어 낸다. 기간이 정해져 있으면, 그런 일들을 쉬 알 수 있다. 부자유스러움의 얼개를. 그리고 매사 물러날 때를 포착하는 것이 얼마나 생명을 활기 차게 해주는지를. 지금 이 영원한 상자 정원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우리한테는 밤도 낮도 의무도 없고, 내일을 위해 지키지 않으면 안될 약속도 없었다. 모두가 우리처럼만 살고 있다면, 얼마나. 상대방을 잘 알 수 있을 텐데. 자기 자신을 잘 알 수 있을 텐데, 친절할 수 있을 텐데. 매사 물러날 때를 알면서 살고 싶어 미련하게 마음을 붙잡지 않고 가볍게 웃으며- 그렇게 그러면 나도, 친절할 수 있을까?
남자가 마을에서 맞는 일흔번째 일요일, 두 다리를 잃은 남자는 다시 광장에 모습을 나타냈어. 그리고 의자에 앉은 채 두 팔과 두 손과 양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지. 그 춤이 다시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어, 이 번에는 왕의 부하가 두 팔을 싹뚝 잘라버리고 말았어. 그런데도 백서른번째 일요일, 남자는 목을 교묘하게 움직이면서 목으로 춤을 춘 거야. 그리고 끝내 왕의 부하가 남자의 목까지 쳐버리고 말았는데, 땅으로 구르는 남자의 목을 본 마을 사람들, 놀라서 비명을 질렀지. 남자가 리듬을 바꿔가면서 눈꺼풀을 감았다 떴다하면서 눈으로 춤을 췄던 거야. 하지만 그 춤은 오래가지 못했지. 그리고 남자는 두 눈으로 피눈물을 흘리면서 죽어갔어. 남자의 육체는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렸지만, 남자의 ..
"엇. 너 바보아냐?" 아버지가 말했다. 천천히 큰 소리로 말하는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움조차 느껴져서,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아버지손에 안겨져 있는 종이봉지안에는 엄마가 매우 좋아하는 딸기가 가득 들어있었다. 아버지의 어떤 이야기나 무엇보다도 많은 것을 말하고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잠자코 있는 나를 보며 "이봐, 조언 해줄까?" 라고 아버지가 말했다. 그의 파카의 모자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옛날, 어린 나에게 말해주던 아버지의 조언은 언제나 세상에 떠도는 소문으로 저질스러운 것뿐이었기 때문에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뭐야?" 라고 말했다. "행복이란 말이지..죽을때까지 계속해서 달린다는거야" 바람속에서 상냥하게 눈을 가늘게 뜨며 아버지는 말했다. "게다가 가족은 어..
"남자가 마을에서 맞는 일흔번째 일요일, 두 다리를 잃은 남자는 다시 광장에 모습을 나타냈어. 그리고 의자에 앉은 채 두 팔과 두 손과 양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지. 그 춤이 다시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어, 이 번에는 왕의 부하가 두 팔을 싹뚝 잘라버리고 말았어. 그런데도 백서른번째 일요일, 남자는 목을 교묘하게 움직이면서 목으로 춤을 춘 거야. 그리고 끝내 왕의 부하가 남자의 목까지 쳐버리고 말았는데, 땅으로 구르는 남자의 목을 본 마을 사람들, 놀라서 비명을 질렀지. 남자가 리듬을 바꿔가면서 눈꺼풀을 감았다 떴다하면서 눈으로 춤을 췄던 거야. 하지만 그 춤은 오래가지 못했지. 그리고 남자는 두 눈으로 피눈물을 흘리면서 죽어갔어. 남자의 육체는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렸지만, 남자의..
生まれ變わってもアタシでいたい 作詞 川村 惠里加 作曲 馬場 一嘉 唄 Whiteberry 飜驛 werfs OH YEAH LET'S RUN MYSELF 강해지고 싶다고 생각한 날도, 다정하고 싶다고 생각한 날도 내 멋대로 언제나의 나쁜 버릇 지금도 달리고 있어 다시 태어나더라도 나로 있고 싶어 끙끙대며 앓던 날도 두근대면서 다시 태어나더라도 내가 아니면 안돼 1-2-1-2-Non Stop!! 만약 눈물 흘리며 부서지기 시작한다 해도 금방 노래할테니까 사랑하고 싶다고 바라던 날도 사랑해주고 싶다고 생각한 날도 맑은 뒤 흐림 때때로 비가 오더라도 좀처럼 잘 할 수 없어 다시 태어나더라도 나로 있고 싶어 돌아보지 않고 자신감만을 품고 다시 태어나더라도 내가 아니면 안돼 1-2-1-2-NON STOP!! 멋대로에, ..
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소담출판사 나의 점수 : ★★★ *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직 안 읽고 있었습니다. 이 책 뿐만이 아니라,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모두를. 그러다- 오늘, 병원에서 차례를 기다리면서 읽기 시작하다가, 진료를 받고 나와서도 계속 읽기 시작하여, 터미날 강남 신세계앞 나뭇그늘밑 벤취에서 다 읽어버린 책. 소요 시간 약 세시간-_-;;; 쇼코, 멋져요. 당신같은 사람이라면, 언제라도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을거에요. ... 에, 그런데요, 미안하지만, 나라면 당신같은 사람이랑 살라면, 절~대로 무츠키 처럼은 못살거라구요. 아마 매일같이 치고받고 싸우고야 말걸요? 흠- 무츠키, 당신 -_- 쇼코 같은 사람 만난 것을 다행으로 알라고. 저렇게 듬뿍 좋아해주고 있잖아...
나는 사랑했네 한 여자를 사랑했네. 난장에서 삼천 원 주고 바지를 사입는 여자, 남대문 시장에서 자주 스웨 터를 사는 여자, 보세가게를 찾아가 블라우스를 이천 원에 사는 여자, 단이 터진 블라우스를 들고 속았다고 웃는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순대가 가끔 먹고 싶 다는 여자, 라면이 먹고 싶다는 여자, 꿀빵이 먹고 싶 다는 여자, 한 달에 한두 번은 극장에 가고 싶다는 여 자, 손발이 찬 여자, 그 여자를 사랑했네. 그리고 영혼 에도 가끔 브래지어를 하는 여자. 가을에는 스웨터를 자주 걸치는 여자, 추운 날엔 팬티 스타킹을 신는 여자, 화가 나면 머리칼을 뎅강 자르는 여자, 팬티만은 백화점에서 사고 싶다는 여자, 쇼핑을 하면 그냥 행복하다는 여자, 실크 스카프가 좋다는 여 자, 영화를 보면 자주 우는..
주여, 나는 손을 모았다. 그러자, 요정같이 그 애가 툭 살아나며 소곤거렸다. 소망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뼈아픈지 알아? 모르지? 것도 모르면 대학생 아냐. 가짜야. 가짜 대학생이야. 그래,하고 나는 대답했다. 나는 가짜야. 한 떼의 여대생들이 내 앞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코트 깃을 올리고 종아리를 드러낸 채. 지난 삼년 동안의 대학 생활이 팔랑팔랑 되살아났다. 후기 시험에 응시하여 부랴부랴 들어갔던 대학, 안 들어가면 그것으로 인생이 끝날 것 같았던 그 놈의 대학, 하지만 그것은 먼지 낀 책상위에서 발견하는 손자국같이 내게 낯설었다. 나는 비로서 내 대학생활이 얼마나 무의미한 시간의 소비였는지를 알았다. 그 애의, 짧았으나 눈물겹게 타올랐던 가짜 대학생활에 비해. 그런데, 허공에서 그 애가 또 그랬다..
주여, 나는 손을 모았다. 그러자, 요정같이 그 애가 툭 살아나며 소곤거렸다. 소망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뼈아픈지 알아? 모르지? 것도 모르면 대학생 아냐. 가짜야. 가짜 대학생이야. 그래,하고 나는 대답했다. 나는 가짜야. 한 떼의 여대생들이 내 앞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코트 깃을 올리고 종아리를 드러낸 채. 지난 삼년 동안의 대학 생활이 팔랑팔랑 되살아났다. 후기 시험에 응시하여 부랴부랴 들어갔던 대학, 안 들어가면 그것으로 인생이 끝날 것 같았던 그 놈의 대학, 하지만 그것은 먼지 낀 책상위에서 발견하는 손자국같이 내게 낯설었다. 나는 비로서 내 대학생활이 얼마나 무의미한 시간의 소비였는지를 알았다. 그 애의, 짧았으나 눈물겹게 타올랐던 가짜 대학생활에 비해. 그런데, 허공에서 그 애가 또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