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살아가다/취생몽사 (63)
All that Zagni
그렇게 생각했었다. 이젠, 외로워-하고 말을 해도, 괜찮은 나이가 되었다고. 외로움쯤이야-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나이가 되었다고. ... 그런 날이, 올 리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사람은 서로에게 기대며 살아가는 것을. 기대야 살아갈 수 있는 것을.
너야 항상 사랑에 빠져 있잖아, 찰리 브라운- ... 이번에는 누구야? ...항상 친구들이 제게 하는 말. ...훌쩍 ㅜ_ㅜ (글은 만화 피너츠-에서 가져왔습니다.)
이사를 하기 위해 짐정리를 하다보면 알게된다. 책임지지도 못할 것들을, 한번 눈길도 안줄 것들을 무어 그리 욕심내며 부랴부랴 가지고 있었는지. 너무 많은 정보는 아예 없는 정보와도 같다. 너무 많은 자료는 아예 없는 자료와도 같다. 기억은 언제나 재구성되며, 재구성되어야만 우리는 살아갈 수 있다.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은 바로, 그렇지 않은 것들은 버리자. 다시 한 번, 내 품안에 넣을 수 있을 것들만 가지고 가자. 그렇게만 하기에도, 삶은 짧지 않을까. 바리바리 품에 가지고 있어봤자, 뭐할까.
정전이 된 집에선 아무런 빛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 더듬더듬, 방문을 찾는다. 어두운 내 방,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이야기도 들리지 않는 밤, 보일러가 꺼져서 차가운 공기가 머물고 있는 그 곳에서, 나는, 입던 옷을 입은 채로 더듬더듬, 침대를 찾아서 몸을 눞힌다. 그제서야 이불이 온기를 머금는다. 너무 고요하고 고요한 내 방. 똑똑-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리던 마음 하나, 못본 척 내버려둔 채 몰래 숨어든 내 방. 아기처럼 웅크리며 몸을 숨긴다. 따뜻한 그 곳. 고요해서 예쁘게 느껴지는 그 곳. 내 방, 불 꺼진 내 작은 방. 지난 상처가 너무 지독해 아직도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내 마음 안의 키작은 어린 아이- 가만가만 달래주다 그만 내 손가락에도 눈물이 맺힌다.
혼자 심야 영화를 보고 왔다. 인터넷 예매를 하고 극장 앞에서 표를 찾는데, 그제서야 두 장의 표를 산 것을 깨닫는다. 혼자 두 자리를 차지하고 영화를 보니 좋긴 하더라. 자리 하나에는 가방이랑 옷이랑 놓고, 양쪽의 의자 팔걸이도 맘편하게 사용하고. ... 생각보다 익숙해지지 않는, 혼자-라는 것.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마우스를 잡은 손은 아직까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바보 손가락 같으니라고.
헤어지고 나니, 삶이 더 행복해 진다. ...어쩌라고.
니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니- 라고 생각했다. 더 생각해 보니, 너에게 나는 이젠 '남'이었다. 그러니 모든 것이 이해가 됐다. 니가 어떻게 그럴 수 있니- 라고 생각했다. 더 생각해 보니, 많이 외로웠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모든 것이 용서가 됐다. ...그렇게 이해하고, 용서하면서- ...너를 마음에 묻을 준비를 한다. 왠지 슬픈 아침.
보수주의자들, 그 가운데에 제일 역겨운 보수주의자들은, 자기만의 성을 쌓아놓고 있는 사람이다. 그 안에 갇혀 그 밖의 것은 보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그 안의 것들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안다. 자기는 옳고 똑똑하며, 그렇기에 타인을 이해하는 척 하며 가르치려고만 든다. 어리석음도 병인양 하여, 그 잘난 척과 고상한 척은 빠지질 않는다. 그런데 어쩌면 좋을까,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발 머리로 생각 좀 하고 살아라-라고 말해주고 싶은 것을. 그 정도 생각의 깊이로, 그 정도 독서로, 그렇게 자랑스럽게 '난 알아요~'하고 떠들 수 있는 그 얼굴 가죽의 두께가 궁금하다. 알고있다면서 기껏해야 말할 수 있는 것이 겨우 '감상문' 수준이란 말인가. 학문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라고 말하면 끝나는 것이 아..
나는 오늘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고 있다. 미안해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닥거려질 상처가 아님을 잘 안다. 그렇다고 아닌 것을 모른 척 하면서 살아가진 못하겠다. 어금니를 꽉 깨문다. 힘껏 한대 날려주시기를.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다. 틀린 건 틀린거다.
...돈이 없으면 연애도 못한다. ...냉혹한 것도 아닌, 그냥 그런, 너무 뻔한 현실. ...잠시 잊고 있었다. - 앞으로는 연애도 결혼도, 모두 '고시'가 되는 것 아닐까.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하루 종일 주문처럼 중얼거린다. 마음이 어질지 못하고 탁하다. 지치고 피곤하니 쓸데없는 말들이 자꾸 나온다. 내가 그를 싫어한다고 해서, 다른 이에게까지 그 마음을 옮길 필요는 없다. 그런데 헛 말을 해버렸다. 하루 종일 마음이 편치 않다.
... 그래도,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고개를 돌리고 싶은 마음 누르고, 자리를 떠났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가계부를 정리하다 보니, 보험료의 비중이 너무 크게 잡혀있다. 예전에 월급 받을 때 내던 보험이니 그렇겠지만, 월급이 없어진 지금은 심하게 부담스럽다. 전화해서 보험 당분간 안내면 안되겠냐-라고 할까 하다가 그냥 접는다. 예전 한 친구는 그렇게 말하더라. 어차피 혼자 살 인생, 안먹고 안쓰면 어떻게든 버티지 않겠냐고. 그때는 맞아 맞아- 그랬는데, 어떻게든 살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것도 아니다. 핸드폰 이용료, 차비, 최소한의 식대, 축의금과 조의금, 거기에 덧붙여서 보험료. 나이 들면서 늘어가는 세금 아닌 세금들이 꽤 많다. 안 낼 수도 있지만 안 낼 수 없는, 그런 세금들. 그래, 보험료는 세금이다. 내 삶이 언제 마무리 될 지라도, 남은 사람들 장례비 걱정은 하지 않게 남겨둘...
맑은 하늘, 놀이터에서 아이들 노는 소리, 즐거웠던 토요일의 기억, 술과 춤과 이야기와 사람이 주는 몽롱함- 뭔가 나른하고, 따뜻한 기분. 오늘만은, 조금 게을러도, 아무도 야단치지 않겠지. ...그리고 혼자 쓸쓸히 흥얼거리는 노래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그대가 힘겨워하는 이유 나도 언젠가 긴 시간들 그렇게 보냈던 것 같아 ... 하지만 그 시간은 함께 나눌 수 없는 그저 혼자 걸어가야 할 먼 여행... 이제 저녁의 약속. 맛난 밥 먹고 연극 보러 갑니다~ (자랑? -_-;)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일명 '엘프의 귀를 가진')는, 데이트 할 때마다 결정을 제게 미뤘습니다. "오빠 먹고 싶은 것 것 먹어요-" "오빠 좋아하는 것 봐요-" 이런 식으로 말이죠. 문제는, 그럼 제가 이것 먹자- 저것 보자- 하면... "그건 말구요- 딴 거 없어요?" 라고 대답했다는 것입니다. ㅜ_ㅜ 사실 이러는 거, 남자들한텐 꽤 고문입니다. ㅜ_ㅜ 그런데 대체 왜 그러냐- 나도 좀 편하게 살아보자 ㅜ_ㅜ라고 속으로 수십번 하소연하며 살아갔다보니, 몇개월 후에는 여기저기 맛있는 곳을 많이 알고 있게 되더군요....o_o 그리고 남들 다하는 것처럼 지지고 볶고 하다가 헤어진지 벌써 수십년(농담-). 오늘 우연히 "남성잡지 맨즈헬쓰 06년 3월호 38p"를 봤더니, 아래와 같은 인생상담 질문이 실려..
오늘 친구랑 메신저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맘에 든 남자는 꼭 짝이 있더라- 좋은 느낌 받았는데 어쩌냐- 흑흑 남의 남자 뺏어올 수도 없는 거고.. 뺏어오더라도, 최소한 탐색전도 없이 가져오고 싶진 않다.. 흑흑- 이런 내용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해보니, 우리는 어느새 연애를 전투-_-의 개념에서 생각하고 있더군요. 탐색戰 이라.. 탐색전.. 탐색전. 그렇죠,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우리의 연애에 필요한 것은, 손자병법이었던 것입니다!
낮에는 머리가 아프고, 밤에는 가슴이 아프다-
아- 날씨 좋다, 하고 있었는데. 아- 날씨 좋다-만 하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차 한잔 같이 마실 사람이 없네요..-_-;; 어디 조용한 곳, 따뜻하고 예쁜 찻집에서 맛있는 차 한잔 마셨으면 좋겠는데- 괜히 쓸쓸. 약속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리운 나날-
정말 그런 적이 있긴 있어요. 이 사람이랑 만나면, 기껏 고른 영화는 재미없고, 기껏 고른 식사는 맛이 없고,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사람은 하이힐을 신고 나오고, 지하철 타고 어디 가려고 했더니 버스 외에는 못타는 체질이고, 기껏 버스 타고 움직이려니 어머어마하게 막히고 ... 그런데도 낄낄낄, 처음 만난 사이인데 한 십년은 만난듯 즐거운 사람이 있어요. 차가 막혀서 다행이고, 버스를 타게 되서 다행이고, 음식이 맛이 없어서 다행이고, 영화가 재미없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나게 만드는 사람이. '인연인가 보다'라기 보다는, 그 사람이 워낙에 잘맞춰준다거나, 취향이 비슷해서 이야기하면 재밌는 사람이었다-라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그와는 반대로, 이 사람이랑은 뭘해도 재미가 없고 지루하다-라고 느껴지는..
당신의 말과 행동으로 '무엇'의 가치를 높였다면 그것은 명예입니다. '무엇'의 가치가 높아 당신의 마음에 '용기'와 '기쁨'이 심어진다면 그것은 '자부심'입니다. ... 하지만 그 '무엇'의 가치가 높다고 덩달아 '자신의 가치'가 높아진 것처럼 여긴다면, 그것은 그저 '꼴불견'에 지나지 않습니다. 스스로 내세울 것이 없는 이들이 '자신의 배경'이 마치 자신이라도 되는 양 내세웁니다. 지금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과거'가 마치 지금의 자신이라도 되는 듯 내세웁니다. 자신의 배경을 '우월감' 가득한 몸짓으로 내세우는 사람들처럼, 구역질 나는 일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럴수록 비참해지는 것은, 자기 자신일 뿐인데도 말입니다. ...당신은 그저, 당신이 지금 하는 말과 행동으로 평가받아야만 합니다.
온갖 증오와 빈정거림, 그리고 잘난체가 넘쳐나는 곳이 있다. 자신이 짜증나는 것이면 무조건 나쁜 것이며, 자신만이 동정받을 존재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머리로 고민하기 전에 이미 내 편과 네 편을 나눠놓고, 그 쪽에 속하는 것은 무조건 나쁜 것으로 몰아부치는 사람도 있다. 그 투덜거림과 빈정거림, 지독한 편견속에 있는 글들을 읽다보면, 가슴 속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낀다. ... 나는, 조금 더 굳게 생각해야만 한다. 굳세게 생각하고 아름답게 노래를.
그 남자의 허풍 언젠가 이런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대개 자존심이 강한 사람일 수록 그 인격의 뿌리는 허약한 법이라서, 작은 상처에도 쉽게 무너지곤 한다. ... 그렇다고 껍데기는 가라-라고 할만한 사람도 나는 아니다. 다만 내게서 나는 향기가, 값싼 싸구려 향수가 아닌, ... 깊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배여나오는 향기이기를 바랄 뿐.
나는 말야, 혹시라도 차가운 목소리를 들을까봐 무서워서, 전화도 한 통 하지 못하고 있다고. 그러니까, 기다리니까, 계속 기다릴 수 있으니까, 피곤함이 가시면, 걱정하지 말고, 전화 한 통 넣어주렴...
힘들어하는 너에게, 외로워하는 너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는 없지만, 언제나, 응원하고 있어- 그러니까, 오늘 작별 인사는, 파이팅!
그러니까, 그런 날이 있잖아요. 가끔씩, 마음이 정처없이 길을 잃고 방황하는 때가. 무엇인가 잘못된 것 같은데, 무엇인가 슬픈 일이 닥쳐올 것만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몰라서, 가만히 서 있어도 저절로 흔들흔들 거리는 것만 시간이. 꼭 잡을 무엇이 있으면 좋을텐데, 괜찮다고 얘기해줄 누군가가 있으면 좋을텐데- 그럴땐, 다들 어떻게 하세요?
사실 여친님에게 공식적으로 요청해 놓은 휴일은, 매주 월요일이지만.... 요즘 여러가지 각자의 일정으로 인하여 토요일은 집에서 쉬고 있습니다. 밀린 메일을 읽고, 하드 디스크를 정리하고, 일주일동안 한 일을 돌아보고, 하고 싶은 것들을 다시 채우는 시간... 토요일은 나머지 6일을 살아나게 만드는, 잠같은 시간입니다. ... 미치도록 빨리 -_- 흘러가 버려서 문제지만요. 지난 한주일은 뭘 했을까요? 밤도깨비 여행에 돌아와서 면접을 보러 가고, 면접에서 떨어지고, 저녁에는 메렝게 강습을 하고, 변함없는 여친님과의 데이트. 설탕 먹지 않기에서 몇번 이탈하고, 일본 여행 사진 정리하고, 엔비쪽에 만든 블로그들을 정리하고, 책 몇권을 읽고, 영화 배트맨 비긴즈를 보고, 수첩 커버랑 책싸는 끈 알아본다고 설치고..
조금 느리게 집에 들어오니, 쉰내가 한가득 나고 있었다. 정체는 오래된 식혜. 어머님이 지난달에 얻어오셨던 식혜가 냉장고의 마법도 소용없이 그만 썩어서 쉰내를 내고 있었다. 가만히 버리면서 생각한다. 나에게는 지금, 어떤 냄새가 나고 있을까- 하고.
김광석의 기다려줘- 예전에 참 좋아했던 노래. 기타만 잡으면 불러대던 내 레파토리 중 하나. 하지만 가만히 다시보면- 이제는 참 촌스러운 노래가 되어버렸다. 그대 마음 이해하지 못하니까- 변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그 마음에 다다를 길을 찾고 있으니까- 나를, 기다려줘- 하지만 이젠, 누가 그럴까. 이제 사람들은 이런 가사를 들으면서 코웃음을 치지 않을까- 잠깐의 두근거림과 잠깐의 설레임과 그리고 너무나 쉬운 이별- 이제 가벼운 트렌드가 되버린 연애-라는 것.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으로- 잊을 것은 잊을 것으로 인정하는 마음. 쓸데없이 상처받지 않고, 원망하지 않고- 가볍게, 웃음으로 받아넘길줄 아는 마음-
이야기 할 때의 기본 자세는 상대방을 인정하고, 가만 가만 들어주는 것. ... 아주 오래전, 지독하게 실연을 당하면서 깨달은 지혜. 냉정한 척, 똑똑한 척- 지금은 니가 힘드니까 내 얘기가 고깝게 들리겠지만- 하면서 함부로 말을 내뱉는 사람들이- 얼마나 미웠었는 지를, 똑똑히 기억하니까. ... 당신이 얘기할때-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 그러니까- 걱정말고- 아무런 얘기를 해도, 괜찮아요- 나는 당신을 비난할 생각도- 일상에 시시콜콜 간섭할 생각도- 누구랑 비교할 생각도- 충고하고픈 생각도 없으니까- 나는 그냥-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참-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