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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필요했던 것은, 휴식과 달콤함

자그니 2006. 12. 12. 15:57
오랫만에 아는 동생을 만나서 점심을 먹었다. 원래 점심을 늦게 먹는 편이라, 남의 점심 시간에 맞춰서 밥을 먹는 것이 좀 부담이 되긴 했지만, 받아야 할 것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스파게티아에서 스파게티를 먹고 헤어졌는데, 어쩐지 속이 무척이나 거북하다. 소화가 안되서 그런가 보다 하고 30분쯤 걸었다. 여전히 거북하고, 머리도 아프다. 배는 부른데 속은 텅 빈 기분이란 것이 부담스럽다. ... 그래, 딱 부담스러운 맘과 부담스러운 몸이었다.

근처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커피를 시키고 엎드렸다. 아아, 커피도 소용없는 듯 하다. 체했나 보다(체하면 떼굴떼굴 구르면서 난리가 난다)하면서, 아프다- 아프다- 하고 있는데, 난데 없이 단 것이 땡겼다. 아까 받은 빵이 생각났다(실은 받을 것이 빵이었다.). 그 동생이 일본 여행 다녀온다기에 메론빵을 사다달라고 했는데, 봉투 안에 든 것은 난데 없는 마드렌느. 그것도 작은 것들 4개. 오늘이 유통기한의 마지막인.

주섬주섬 챙겨 먹는데, 신기하게 아픈 것이 나았다.

필요한 것은 단 것이었단 말인가- 하고 생각하다보니, 요 며칠간 잠을 거의 못잔 것이 또 생각났다. 하루에 두시간도 안자고 살았으니 아픈 것도 당연하게 느껴졌다. 그래, 내게 필요한 것은 휴식과 단 것이었어, 라고 스스로에게 도닥여 줬다.

... 응, 정말은 그런 것이 아니다. 아까 밥먹다 건넨 농담에 그 동생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내년에 친구들과 또 일본으로 여행 간다기에 농담 삼아 나도 낄까?하는 반응에 보인, 그 진지한 느낌의 거절. ... 실은 그때 마음이 체한 탓이다. 정말 농담이었는데(밥 사주면 일본 여행에 따라갈께-하는 말이 농담이 아니면 뭐란 말이냐...), 그렇게 진지하게 거절해 버리면 당황스러워 진다구.

: 남부터미널 스타벅스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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