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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를 생각하며 술을 - 김수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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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를 생각하며 술을 - 김수영

자그니 2006. 1. 10. 18:43
취해도 쉽게 제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우리는
오랜만이라며 서로 눈빛을 던지지만
어느새 슬그머니 비어버린 자리들을 세며
서로들 식어가는것이 보인다.

가슴 밑바닥에서 부서지는 파도
저마다 물결속으로 떠내려가는것을 느낀다
오갈데없는 사람들 사이의 한섬,
그속에 갇힌 한 사람을 생각한다

외로움보다 더 가파른 절벽은 없지
살다보면 엉망으로 취해 아무 어깨나 기대
소리내서 울고싶은 그런 저녁이 있다

어디든 흘러가고 싶은 마음이 발치에서
물거품으로 부서져가는 것을 본다
점점 어두워오는 바다로 가는 물결
무슨 그리움이 저 허공뒤에 숨어있을까


텅 빈- 바다에 한 섬이 있어.
나는 이 쪽에 살고, 너는 저 쪽에 살아.
나는 너를 부르고, 너도 나를 부르는데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바다를 보고
너는 네가 살고 있는 바다를 보고

우리는 서로, 대답을 듣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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