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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취생몽사

이별 택시

자그니 2012. 2. 12. 04:43
오래 전 나는 그 아이와 헤어졌다. 성대 앞 한 커피숍에서 이별을 하고, 그 아이는 먼저 떠났다. 조금 앉아있다가 일어서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도저히 안될 것 같아 택시를 탔다. 아저씨가 손님 어디가시냐고 묻는데, 대답을 못했다. 담배를 한 대 피워도 되냐고 물었다. 괜찮다-고 말하면서, 아저씨가 창문을 열어준다.

쌀쌀한 바람이 불던 그 곳. 화창한 햇살이 내리쬐던, 어느 겨울의 대학로. 아저씨는 어느 곳으로 가는지 묻지도 않고 차를 움직이고, 담배를 꺼내는 내 손은 덜덜덜 떨고 있었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그냥 덜덜덜 떨었을 뿐이다. 하얀 연기가, 차가운 바람을 따라 하늘로 흩어졌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났을까. 톰 트라우버트의 블루스를 들으며 압구정 지하철역 계단을 올라가는데, 갑자기 눈 앞에 햇살이 쏟아졌다. 현기증이 났다. 눈을 감았다. 밝은 주황빛이 눈에 아른거렸다. 그제서야 나는, 울 수 있었다.

안녕, 하고 말할 수 있었다.
 

- 김연우의 이별 택시,를 듣다가 생각나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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