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at Zagni
촛불 시위를 넘어, 우리가 만들 웃음을 고민하자 본문
0. 벌써 촛불시위가 시작된 지 3주가 지났습니다. 5월 한달이 정신없이 지나갔네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위지만, 말 그대로 누구도 그 끝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요즘이지만, 우리가 해야할 일들은 조금씩 또렷해 지는 것 같습니다. ... 싫든 좋든, 우리는 지금, 역사를 만들고 있습니다(사실 이렇게 오버 하는 것 싫어하긴 하지만.. 사실이니까요.).
오늘 시청을 지나가는데 한 친구가 묻더군요. 손에는 악기 케이스를 들고, 노랗게 머리를 염색한, 마른 체격의 한 청년이었습니다. 이 길을 따라가면 광화문으로 가는 길이 맞냐고. 맞다고 대답해주고 같이 올라가는데, 제게 촛불 시위에 참여한 거냐고 묻습니다. 웃음으로 대답하는데, 그러더군요.
진작 왔어야 하는데, 이제야와서, 미안하다고....
그 말을 듣고 머리가 띵한 느낌이었습니다. 괜찮아요. 고마운 걸요. 그런 말만이라도 고마운 걸요. 이렇게, 정말 아무것도 아닌 저도 고마운 걸요. 이제라도, 와주는 것만으로도. ... 물론 제게 그럴 말할 자격이 없기에,다시 웃음으로 대답하고 말았습니다.
촛불문화제 - 거리행진 - 청와대앞 대치로 바뀌었던 흐름
1.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흐름은 새로운 고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평화로운 촛불 집회는 사라지고, 대규모 군중 집회 형식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좋다 나쁘다 말할 수없는, 그냥 변화-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 하지만, 평화만으로는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는 것처럼, 평화가 아니면 또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또 알고 있습니다.
토요일밤에서 일요일 새벽으로 이어진 폭력 진압이 있고난 이후, 일요일 시위에서 가족 단위 참가는 눈에 띄게 줄어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커뮤니티 단위의 참가가 이어졌지만, 초중고생들의 참여 역시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오늘 하루..의 일일 수도 있습니다.새로운 주말이 되면 다시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겠지요.
이제, 조금 여유를 가지고, 가두 시위에만 집중하는 것을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가두 시위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매일 저녁 촛불집회가 열리듯, 가두 시위 역시 누군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속 열릴 것입니다. 하지만,공포와 분노만 가지고 촛불을 이어갈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겐 지금보다, 더 많은 친구들을 모을 계획이 필요합니다.
2. 비폭력 불복종. 아직까지는 버릴 수 없는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예, 너무한 것 알고 있습니다. 이런 폭력을 보고도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하시는 분, 그 생각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제와서 우리가 가졌던 원칙을 버리는 순간, 우리는 이제 돌아가 버릴 수 없게 됩니다. 알고 있습니다. 자율과 자유만으로는 우리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음을.
그렇지만 우리는 비폭력 불복종이라는 원칙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조직되지 않은 대중은 절대적으로 무기력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단순한 집합입니다. 우리는 쉽게 무너지고 쉽게 바뀝니다. 오늘 만나 친구로 여겼던 사람들을 순식간에 의심하게 되고, 어느 순간 우리들 내부에서 적을 만들기도 합니다. ... 하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의 힘이었습니다.
비폭력 불복종은 단순히 착하게 살자는 말이 아닙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자율의 힘입니다. 그동안 시위대가 보여줬던 끝없이 생성되는 아이디어들, 물대포를 맞는 순간에도 잃지 않았던 웃음과 그 의연함. 그것이 거리를 나서게 만들었던 힘이고, 전경 앞에서도 물러섬없이 버틸 수 있었던 힘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현실적으로도 그렇습니다. 까놓고 말해, 시위는 결국 명분 싸움입니다... 도덕이나 명분에서 우위에 서지 않는다면, 그 싸움은 결코 이길 수가 없습니다. 조직된 군중도 없는 상황에서 명분마저 뺏겨버리면 싸움은 쉽게 무너집니다. 조중동과 이명박 정부는 지금, 시위대가 명분을 잃어버릴 일을 하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 앞으로 시위가 나가야할 방향에 대해서는 일단 테라포밍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새로운 촛불 시위를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
3. 이제, 그동안 침묵하고 있거나, 또는 무심하게 쉬크한 태도를 보였던 이들을 상대로 해야할 차례입니다. 제가 아는 한,꽤 많은 20대들은 아직도 이 일에 무심합니다. 우리는 좀 더 우리의 친구들을 만들어나가고,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용기를 가지도록 해야합니다. 그래서 아닌 척, 무심한 척 우리를 지지했던 친구들과 함께할 계획이 필요합니다.
자- 우리는 지난 3주 동안 재미있는 노하우를 잔뜩 쌍아왔습니다.그 노하우들을 제대로 풀어내야할 시간이 왔습니다. 먼저 재미있는 촛불문화제 아이디어를 모아볼까요?
- 자전거 동호회에서, 함께 모여 서울 시내를 달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10대가 모이면 우습겠지만, 100대가 모이면 멋있어 보이고, 1000대가 모이면 장관을 이룰 것입니다.
- 스쿠터 동호회도 동참을! 아직 스쿠터 동호회 분들이 움직이는 것은 본 적이 없네요.
- 그림 그리시는 분들은 아직 개별 참여만 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쉽죠? 촛불 소녀는 나왔건만 아직, 우리가 좋아하는 촛불든 고양이도, 촛불든 강아지도,촛불든 이글루스 양도 그려지지 못했습니다... 자자- 필요하면 촛불 문화제 공간에서 전시회를 열어도,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까요?
- 아고라에서 이미 시작한 것같지만, 캠코더 든 시민 기자단-도 공식적으로 창설합시다. 도움 받을 수 있는 언론사도 있겠죠?전/의경들의 폭력 진압 장면을 촬영하는 것을 비롯, 현장 생중계, 또는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도 찍어줍시다. 현장에 싸움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 몇몇 예술가 분들이 보여주신 퍼포먼스, 집회에 있어서 활력소가 됩니다. 쥐 약 팔기 놀이, 닭장차 투어 퍼포먼스 등등... 하지만 아직 아티스트분들의 참여는 절대 부족합니다!!
- 촛불 집회에 코스프레-하신 분들이 참여하시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요?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 세례도 분명히 받으실 겁니다!
- 유모차 대열, 가족 나들이, 청소년 참여, 커뮤니티 번개에 의한 참여... 모두 우리가 만들어낸 새로운 집회 문화입니다. 기타를 들고와서 공연하시는 분들도 계시죠? ... 예전 2006년 월드컵때는 거리에서 락밴드가 공연하는 것도 봤는데, 그건 조금 힘들겠죠?
그리고 또 어떤 아이디어들이 있을까요? 거리에 나갈 땐 나가더라도, 문화제의 현장이나, 가두 시위의 뒷편을 흥겹게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는?
무심한 듯 쉬크한 척하는 친구들을 위해
꼭 촛불 시위가 아니더라도, 더 많은 참여를 위한 방법도 한번 고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집회의 성격이나 폭력에 대한 대응, 어떻게 싸워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다른 많은 분들이 말씀하고 계시죠? 그러니까,저는 하드한 투쟁 보다는 소프트한 참여에도 신경을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일상에 바빠서 아직 참여하지 못하시는 분들,조금 무서워서 선뜻 나서기가 꺼려지시는 분들, 정말 무심하고 쉬크한 분들도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 촛불 소녀, 뺏지를 만들어 주세요!
자자 -_- 우리 이제 캐릭터 사업도 한 번 해봅시다. 촛불소녀 뺏지를 만드는 것은 그 시작일 겁니다. 올블로그 탑100 뺏지 같은 형태여도 좋고, 아니면 둥근 일반형 뺏지 같은 것도 좋습니다. 그 뺏지를 달고 있는 사람은 누구든 우리의 친구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생각나는, '친구면 다냐?' 티셔츠...) - 냉장고에 붙일 자석은 어떨까요?
이런건 한우자조금협회 같은 곳에서 해도 좋겠네요. 위의 촛불소녀 캐릭터가 들고 있는 빨간 칠판에, "국민 여러분들의 건강하고 맛있는 식탁을 위해 한우자조금협회가 함께 합니다."같은 카피 붙이고, 안전한 식생활을 위한 몇가지 원칙들을 적어서 보급해도 좋을텐데요. - 티셔츠 디자인도 모아봐요!
안찍었'읍'니다 티셔츠를 비롯, 미친소 반대 티셔츠, 프리티벳 티셔츠, '친구면 다냐?' 티셔츠 등등... 촛불이 있는 거리에서 여러 다양한 디자인을 가진 티셔츠들을 보았습니다.
그 디자인들을 한데 모으고, 주문해서 만들수 있는 방법을 공유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 다양한 용도의 스티커를 만들어 주세요.
촛불 소녀 스티커, 조중동 구독 거부 스티커 등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좀 더 다양한 스티커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집 앞에 갖다 붙일 '조중동 절대 사절 스티커'를 비롯, TV 앞에 붙일 'SBS를 들여다보면 세상이 SBS처럼 보입니다'라는 경고문, 학교 교실 문이나 엘리베이터에 붙일 스티커, 흰 티셔츠에 붙이고 다닐 스티커.... 맞아요! 패션 코디용 스티커도 필요합니다!!! - 이벤트성 1인 시위를 지지합니다!
롯데마트에 대한 어느 주부님의 1인 시위를 비롯, 청와대 앞을 산책한 어떤 용자님의 1인 시위등 다양한 1인 시위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런 1인 시위들을 지지합니다. ... 솔직히, 정말 멋지세요 ㅜ_ㅜ. 오늘 새벽, 시청 광장앞 횡단보도에서 있었던 준법(?) 촛불 시위때도, 그 아이디어의 생동성에 감동 먹었는데...ㅜ_ㅜ - 글을 뽑아 붙여 주세요
아직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인터넷에서 좋은 글이 있으면, 뽑아 과 게시판에라도 붙여주세요. 아파트 안내판에다 붙여주셔도 됩니다. 노인정에 유인물 돌리는 것은 어떨까요? 오마이뉴스, 프레시안을 비롯, 블로거들이 작성하는 글에도 좋은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뽑아서, 붙여주세요, 주변 사람들에게 돌려주세요.
투표, 감시, 그리고 언론인 척 하는 것들을넘어서기 방법
조중동에 광고하는광고주에 대한항의는, 아마 예전 PD 수첩 사태 당시 황우석 지지군단(?)의 행동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 같지만, 아주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많은 의혹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에 의해 제어됐다는 조롱까지 받은 네이버를 포함 시킵시다.
- 조중동문 구독 거부 및 광고주에 항의하는 방법
이건 벌써 많은 분들이 다음 아고라를 통해 움직이고 계시니 제가 따로 더 덧붙일 이야기는 없습니다. 만약 동의하지 않는 기업들이 있다면... 불매 운동에 들어가는 것이 맞겠지요? 이 지겨운 것들과의 인연, 이제 제발 끊어버립시다. - 네이버에 대한 입장 정리
아직까지 네이버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 때문에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제 입장 정리를 해야할 시점이 올 것 같습니다. 일단 첫 화면이 네이버로 된 곳은 무조건 바꿔버리는 것이 낫겠죠? 그 밖에 네이버 블로그 폐쇄 및 카페 이전 등,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모아봤으면 합니다. - 6. 4 보궐 선거에 대한 투표 + 향후 있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준비.
이건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국회의원 재선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마음을 바짝 다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재보선 선거에서는 시민 지원 후보라도 선정해서 한나라당을 떨어뜨리기 위해 뭉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 쇠고기 수입 유통업체에 대한 감시 및 불매 운동
이건 뭐,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이 상황에서, 그래도 이윤이 남는 다는 이유로 팔겠다-라고 하는 것들, 원산지를 속이면서 팔지도 모를 몇몇 음식점들 ... 우리가 이용해야할 이유가 없습니다.
울지말고, 웃으면서 가자
사실 상황이 조금씩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웃기는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 삶 속에서 분명히 보았습니다. 눈물과 한숨만으로는 세상과 싸워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친구를 만들기 위해 먼저 내민 손, 낯선 이에게 먼저 보여준 웃음, 어떤 일이 와도 결코 꺽이지 않는 에너지, 세상을 만들어 나간 것은 그런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촛불 집회에서 이어지는, 물대포를 맞으면서도 쏟아지는 그 장난기 어린 많은 구호들 속에서 저는희망을 봅니다.
우리는 약한존재입니다. 폭력을 한 번 당하면 그 무서움에 벌벌 떨기도 합니다. ... 하지만, 그래서 더욱 강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존엄은, 자신에게 밀어닥치는 부당한 폭력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기가 자신임을 온전하게 지켜나가는 것에 있었다고 저는 믿습니다.모두에게 투사가 되기를 바랄 수 없다면, 자신이발 딛고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디씨 음식 갤러리의 김밥 배달, 얼마나 훌륭합니까. :)
울지 말고, 웃으면서 갔으면 좋겠습니다. 왜 싸우지 않냐고 말하기 보다, 싸움이 무서워 겁을 내는 사람들도 다 끌어안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촛불 시위에 나가는 봤냐고 욕하지 말고, 촛불 시위가 아니더라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봅시다. 넷은 넓고,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합니다. 저는 아직까지 이렇게 즐거운 집회를 본 적이 없습니다.
울지말고, 웃으면서, 될 때까지 모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