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at Zagni
첫사랑 - 류시화 본문
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넌
지붕에 올라갔다가
별에 부딪친 상처라고 했다
어떤 날은 내가 사다리를 타고
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
내가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사랑을 한다고
넌 불평을 했다
희망 없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난 다만 말하고 싶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누가 그걸 옛 수첩에다 적어 놓은 걸까
그 지붕 위의 별들처럼
어떤 것이 그리울수록 그리운 만큼
거리를 갖고 그냥 바라봐야 한다는걸
나는 어느새 나이를 먹었다.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알아버린,
가까이 있어 상처주지도 않고
멀리 떨어져 보듬지도 못하는
그런 거리가 아닌
적당한 거리를 찾아내는 법을 알아버린,
그리고 그 이상도, 이하도 접근하길 겁내는
슬픈, 나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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