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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편지 - 박세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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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편지 - 박세현

자그니 2004. 11. 11. 10:50

첫눈을 맞으며
세상의 나이를 잊으며
저벅저벅 당신에게 걸어가
기다림의 사립문을 밀고 싶습니다

겨울밤 늦은 식사를 들고 있을 당신에게
모자를 벗고 정중히 인사하고 싶습니다

우리들 해묵은 안부 사이에
때처럼 곱게 낀 감정의 성에를
당신의 잔기침 곁에 앉아 녹이고 싶습니다

부당하게 잊혀졌던 세월에 관해
그 세월의 안타까운 두께에 관해
당신의 속상한 침묵에 관해
이제 무엇이든 너그러운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첫눈을 맞으며
세상의 나이를 잊으며
저벅저벅 당신에게 걸어가
당신의 바람벽에 등불을 걸고 싶습니다



나는 고이 용서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아프고 슬프고 힘들었던 모든 일들을
웃으며 용서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나는 지워야 할 것을 지울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가끔은 잊어주는 것이 더 큰 사랑이란 것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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